diary - 엄마가 엄마에게

[엄마가 엄마에게] 10년 후...

Bo.kyung 2017. 12. 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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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떠나 보내고 10년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의 일기

엄마가 떠난지 올해가 딱 10년, 지난 여름 10번째 기일이 지났고, 지난 주말 엄마 없는 엄마생일을 11번 보냈다. 첫 번째 엄마가 없는 엄마의 생일날 남은 우리식구는 꺼이꺼이 울며 고구마 케익을 먹었다. 엄마의 생일을 엄마가 없어서 그냥 넘어가는건 더 슬픈일이라 생각해서 엄마가 가장 좋아하던 고구마케익을 사왔는데 그 누구도 무슨 케익이냐 묻지않고 말없이 모여앉아 목이 메이도록 울어가며 작은 케익 하나를  다 먹어치웠다. 입에  케익을 넣지 않으면 터지는 울음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쉴세없이 먹었다.

11번째 엄마가 없는 엄마의 생일날 남은 우리식구에 보태진 우리식구까지,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고 나 혼자만 그 날 하루종일 되뇌이다 그날 밤 한마디 했다.. 엄마가 살아있었어도 이제 겨우 62살이네, 오늘 초 62개 불켰겠네.... 그제서야 아~ 오늘이 엄마 생일이냐는 듯 나를 쓱 쳐다보고 달력을 한번 보더니 고개를 숙이신다.. 아빠가.... 그러고는 한마디 하셨다 "이제 겨우 육십둘인데..." 이렇게 우리는 꺼이꺼이 목 놓아 울던 그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건조하게 엄마의 생일을 보냈다. 하지만 그 속에 더 큰 그리움은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르리라.....

어느덧 엄마가 없는것에 적응이 되고 엄마를 그리워는 하되, 떠올리며 울지는 않는 서로에게 익숙해져가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올 여름 덜컹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듯 '10' 이라는 아무것도 아닌 기념적인 숫자가 가슴에 떨어졌다. 10년이나 지났다니... 10년이나 살았다니... 엄마 없이도 내가 10년을 살았다니... 이렇게 시간이 가면 내 인생에 엄마와 함께한 시간보다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더 많아지는 날이 오겠구나.. 정말 그런날이 오고야 말겠구나..참 잔인하구나 생각하면서도, 그저 잘 살다가 나 혼자 10이라는 숫자가 무거워 또 펑펑 울고 다닐수는 없기에 꾹꾹 참아가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는데 우연히 티비에서 본 드라마가 참고있던 울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 돌아가신 엄마를 만나고 하루종일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고 만지고 그랬다. 엄마 부엌일도 돕고 같이 목욕도 가고... 나 낳아줘서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도했다... 지금까지 본 드라마 여주인공 중에 그 주인공이 제일 부러웠다. 나도 하루종일 엄마만 보고앉아 만져도 보고 이야기도 해보고싶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콧물 다흘리며 통곡을 하고 울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제 속으로 삭히지 않고 내뱉겠다고, 울지만 말고 기록하겠다고, 엄마를 보냈던 딸이 이제 엄마가 되어.. 엄마가 살아낸 삶이자 나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음을 힘들어만 말고 어떻게 엄마가 미쳐 살아보지 못한 삶 까지 내가 살아볼까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이렇게 기록을 시작한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다녀가는 이 공간에라도 마음을 다 내어놓으면 속이 좀 시원하려나.... 누군가는 공감해주려나 기대하며 처음으로 흔적을 남겨본다.

엄마처럼 살지말라며 헌신적으로 키운 딸이 엄마없이도 10년을 살아내어 지금은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엄마와 같지는 않지만 다르지도 않은 하루하루를 지켜가고 있다고, 내 인생에 엄마는 등대 같은 존재라고, 내 꿈은 아이들에게 엄마같은 엄마가 되는거라고... 전하고 싶다. 내 소리를..내 마음을 전할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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